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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씨, 홀로 죽다

pdhgdty 2024. 2. 14. 10:43


제목을 보고 갈레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 아니면 잠든 사이에 죽음이 찾아온 걸까 궁금했다. 매그레 반장이 출동했다면 분명히 살인사건일 테지만 ‘홀로’라는 단어에 자꾸만 눈길이 머물렀다. 잠깐 스쳐지나간 생각은 접어두고 책을 펼쳤는데 마지막 줄까지 읽고 나서 보니 ‘홀로’는 갈레 씨가 죽음을 직면했던 상황만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서글픔이 몰려왔다. 매그레 반장이 모순적인 단서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고도 미제(謎題) 사건으로 처리한 이유 역시 내 마음과 같았기 때문이리라. 평생을 비참하고 외롭게 살다간 갈레 씨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리라. 얼굴에서 성한 곳은 반쪽뿐이었다. 총상으로 왼쪽 뺨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 왼쪽 가슴 아래에 칼날이 들어간 듯, 반듯하고도 분명한 형태의 상처 하나가 나 있었다.p.26 되게 이상한 사건이에요. (...) 훔쳐 간 게 하나도 없어요.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양반이 살해되어야 할 이유는 짐작조차 할 수 없고요.p.27 매그레는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동료 형사가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매그레에게 있어 사건이 흥미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도망쳐 숨으려는 자는 붙잡고, 감추려고 하는 비밀은 밝혀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매그레에게 주어진 직무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갈레 씨 사건만 유독 의욕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본능적으로 갈레 씨 사건은 도망치려는 자도 감추려는 비밀도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매그레가 인간을 향한 연민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갈레 씨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았을 뿐이다. (참고 : 매그레 반장이 얼마나 직감이 발달한 인물인지는 『생폴리앵에 지다(열린책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형사 사건은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특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곧바로 파악이 되는데, 많은 경우 사건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어 준다. 그런데 이 사건의 특징은 바로 범용함이 아니던가?p.41 『갈레 씨, 홀로 죽다(열린책들)』에서 매그레 반장은 흡사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만든다. 반장의 예리하고 정확한 추리 덕분에 ‘진실이 상(相)을 왜곡시키는 일종의 안개에 의해 가려져 있(p.67)’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매그레 반장은 독자에게는 불친절했다. 매그레는 독자에게 사건의 흐름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갈레 씨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지만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의심 가는 인물은 있지만 범인은 없는 기묘한 상황에서 사건의 앞뒤정황을 알고 있는 자의 입을 열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매그레 반장이 직접 갈레 씨가 죽던 날 밤을 재연해내는 상황이 가장 재미있었다. 매그레가 왜 갈레 씨의 마지막 발자취를 집요하게 따라갔는지는 책읽기를 끝낸 후에야 이해했다. 바로 거기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실과 함께 드러난 갈레 씨의 삶은 서글프다. 눈물겹게 지탱해 온 그의 삶이 무너져 내릴 때 그는 홀로 있었다. 그리고 홀로 죽었다.
전 세계 독자를 열광케 한 형사 매그레 반장이 온다!

대문호 헤밍웨이가 조르주 심농에게 보내는 찬사.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 이방인 의 알베르 카뮈는 심농의 쿠데르크 씨의 미망인 이라는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파이프 담배를 문 채 쉼 없이 맥주를 마시는 거구의 사나이,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하나인 매그레 반장. 매그레는 전 세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5억 권 이상의 작품이 팔려 나갔으며 60편 이상의 극장 영화와 3백 편 이상의 텔레비전 영화가 만들어진 벨기에 작가 조르주 심농의 가장 유명한 주인공이다.

눈에 띄는 외양과 달리 그는 비범한 두뇌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에게 친숙한 탐정들에 비하면 그의 수사는 평범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느 탐정들처럼 천재적 추리력으로 앉은 자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그는 범행의 현장 속으로, 인물의 심리 속으로 직접 뛰어든다. 서민 출신의 그는 그 누구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약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려 한다. 타인의 처지로 들어가 공감하는 특유의 능력이 바로 그가 남다르게 사건을 해결하게 해주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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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심농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