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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움직인 편지들>이란 제목의 이 책은 1. 만남과 발견, 2. 자화상과 발견, 3. 책략과 도전, 4. 사랑,죽음, 그리고 우정 이렇게 네 개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편지를 통해 그 시대상을 드러내는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깊은 울림을 준다.
몽골 제국의 쿠유크 황제가 로마 교황 이노센트 4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당대를 주름잡던 몽골 제국의 거침없는 당당한 위풍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스도교도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도록 설득한 교황의 편지에 대해 교황의 전적인 굴복과 복종을 요구하는 쿠유크 황제의 답장, 그러나 그렇게 대단한 위세를 떨쳤던 쿠유크 황제도 제위에 오른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못해 바투를 토벌하기 위해 서쪽으로 향하던 도중에 병사하고 만다. (이것이 짐의 귀공에 대한 답신이다. 귀공이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면 귀공의 신변에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하늘만이 알 뿐이다.) 이 편지에 쓴 것처럼자신의 운명도 당사자인 쿠유크 황제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페리 제독이 일본의 장군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점잖은 어투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방문하기로예정되어 있는 대형 함선의 대다수는 아직 일본 근해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이 서류에 서명한 사람은 우호의 의사표시로, 불과 네 척의 소형 함선밖에 동행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만일 필요한 경우 내년 봄에 이보다도 훨씬 큰 함대로 에도를 방문할 용의가 있습니다. )일본으로 하여금 강제로 문호를 개방하도록 한 미국 함대의 출현으로 일본 막부는 전쟁에서 질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을 인지하고 일시적으로 무역을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근대 무기를 갖춘 강력한 군대를육성하는 것이 최선이란 결론을 내린다.일본은 이를 계기로서양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첨단 기술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리하여 일본은 19세기 말까지 급속한 발전을 하게 되고, 1904년부터 1905년의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만큼 강력한 육군과 해군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교황 레오5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타락할 대로 타락한 카톨릭 교회의 죄상을 폭로하고 자신은 이단자가 아니고 교회 내부의 악습을 개혁하는 자라고 주장하며 교황과 대립할 생각은 없다고 쓰고 있다. 1517년 면죄부와 교회의 관행에 반대하는 취지의 95개조의 반박문 을 작서한 독일인 수도사이자 신학자인 마르틴 루터는 자신의 행위가 후에 종교개혁으로 알려지는 교회 내의 대분열을 일으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유명한 1000일의 앤의 앤 불린이 헨리8세에게 죽음을 앞두고 보낸 편지를 읽으며 7년이나 손에 넣으려고 쫓아다니던 여자와 결혼하고 그녀가 자신이 바라던 사내아이를 낳지 못하자 쓸모없다고 버렸을 뿐 아니라 억울한 죄를 뒤집어씌워 처형하고 그 다음 날 세 번째 부인과 결혼한 헨리 8세야 말로 희대의악마같은 사내, 권력의 속성을 뼈속까지 지닌 타락한 영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1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수년에 걸쳐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공산주의 배척의 바람이 얼마나 광적인 것이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다른 죄수가 무장강도 사건의 진범이라고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던 아나키스트 사코와 반제티에게 내려진 판결은 다시 번복되지 않았고, 그들은 7년 뒤 전기의자에 앉게 되었다. 반제티는 사코의 아들에게 보낸 고별의 편지에서 그 최후의 순간은 우리의 편이다. 그 고통스러움은 우리의 승리의 즐거움이다 라고 써서 남겼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유신시대 우리나라의 인혁당 사건이 아프게 오버랩되었다.
한 줄 글로 남겨진 역사를 생생한 인간의 역사로 되살려내는 즐거움, 역사 속에서 스러져 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안타까움, 권력의 속성과 허무가 이 책 속에는 있다.
2천 년 이상에 걸친 편지의 역사 속에서 잘 알려진 50인의 편지를 엄선하여 모았다. 그 중 몇 가지는 일반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씌어진 정치 선언이기도 하며, 공통된 언어를 갖지 않은 문명간에 행해진 정식 외교상의 교환이기도 하다. 또 매우 급한 편지, 예컨대 발견에 대한 보고, 군중에 대한 선동, 부정에 대한 규탄, 항전을 위한 호소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친구와의 친밀한 교신과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통신문, 사건에 연루되었던 남녀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나 후배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 등도 있다.
재미있게 지식을 넓히는 점과 동시에 편지가 씌어진 연대, 지리, 의도에 관해서도 깊이 이해하는 두 가지 장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편지를 쓴 이들의 개인적 견해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그 편지가 관련된 사건 등을 알 수 있도록 배경설명과 관련 사진 등을 풍부히 수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세계사의 주요 순간들을 만나보면서 당시 상황을 재미있게 이해해 나갈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1. 만남과 발견
성 제롬이 에우스토키움에게
몽골 제국 쿠유크 황제가 로마 교황 이노센트 Ⅳ세에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루이스 데 산탄헬에게
에르난도 피사로가 산토 도밍고 소청원에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벨리사리오 빈타에게
사무엘 피프스가 엘리자베스 카터릿 부인에게
벤저민 프랭클린이 조제프 뱅크스에게
부갱빌 백작이 해군 대신에게
청 건륭제가 영국 왕 조지 Ⅲ세에게
페리 제독이 일본의 장군에게
헨리 머튼 스탠리가「뉴욕 헤럴드」지에
루이 파스퇴르가 자신의 가족에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2. 자화상과 변명
단테가 친구에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밀라노 공에게
마르틴 루터가 교황 레오 Ⅹ세에게
앤 불린이 헨리 Ⅷ세에게
보니 프린스 찰리가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조지 워싱턴이 니콜라 대표에게
마리 앙투아네트가 엘리자베스 부인에게
토머스 에디슨이 부모에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조지 허스트에게
버지니아 스테판이 레너드 울프에게
바르톨로메오 반제티가 단체 사코에게
3. 책략과 도전
성 바울이 코린트인들에게
플리니우스가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잔 다르크가 랭스 시민에게
로렌조 데 메디치가 아들 조반니에게
프란시스 월싱섬 경이 프란시스 드레이크에게
루이 14세가 장 바티스트 콜베르에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루이 18세에게
로버트 에드워드 리가 북버지니아군에게
칼 마르크르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에밀 졸라가 프랑스 대통령에게
네빌 체임벌린이 아돌프 히틀러에게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킹슬리 우드에게
원스턴 처칠이 퀵스우드 경에게
유리 안드로포프가 사만다 스미스에게
4. 사랑, 죽음, 그리고 우정
키케로가 아티쿠스에게
아벨라르가 엘로이제에게
스코틀랜다 여왕 메리가 보스웰 백작에게
호레이시오 넬슨이 해밀턴 부인 에마에게
메리 셸리가 마리아 기스본에게
시몬 볼리바르가 플로레스 장군에게
존 브라운이 가족에게
에이브러험 링컨이 리디아 빅스비 부인에게
빈센트 반 고흐가 테오 반 고흐에게
로버트 팔콘 스코트 대장이 J.M. 배리에게
칼 융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D.H. 로렌스가 버트런드 러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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