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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하렘

pdhgdty 2024. 1. 26. 09:17


그처럼 되고 싶어서 똑같은 차림에 성형까지 따라하는 존재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로비와 존재감 제로에 왠지 그림자같은 느낌의 헤르트. 화려한 색감과 어둡고 회색빛의 대조가 두 사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잠시 회색인간 헤르트에게 무슨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했지만 그런건 없네요.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삶은 그대로 계속된다는 그런 이야기인 듯 합니다. 예술만화라는 설명답게 굉장히 화려하고 눈이 즐겁네요.
만화 강국 벨기에의 떠오르는 신예 브레흐트 에번스. 색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스물여섯살의 이 젊은 작가는 천재라는 호평을 받으며 유럽 만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작품들은 선이 없는 수채화, 과감한 색감, 제약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칸 나누기 등으로 기성 만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거스른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대담한 만화〉상을 받은 디스코 하렘 은 에번스의 역량을 가장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디스코 하렘 은 젊은 작가의 예술적 야망이 곳곳에 묻어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모든 만화 문법을 뒤집는 유희를 화려하게 펼쳐 보인다. 강렬한 색채, 말풍선과 선을 배제한 수채화 기법, 자유분방한 칸의 구성, 과감한 붓의 터치 등은 브레흐트 에번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독특한 개성 속에서 누구나 즐겁기 위해 오는 파티, 그 유희의 공간을 통해 로비와 헤르트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주목받는 사람과 소외당하는 사람, 진심을 나누는 관계와 피상적 관계 등 인간관계의 미묘한 면면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영원히 청춘으로 남고 싶어 놀이에 탐닉하지만 현실적 고민 또한 부담으로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 젊은 세대의 감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