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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는다.첫 번째는 미야베 미유키가 바라본 관점이다.보도의 사명과 인명 구조의 양심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하는 문제다.야마가 고스케라는 반(半)프로의 사진작가는 박력 있는(일본 소설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사라진 표현인데)보도 사진을 위해서 인명 구조는커녕,교통 사고를 계획한다.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계획한 사건에서 여섯 명이 죽었지만,야마가 고스케는 커다란 상을 거머쥔다.두 번째는 이 소설의 역자인 이규원의 관점이다.바로 사형(私刑)의 문제다.야마가 고스케가 계획한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그 사고를 파헤치고,그게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알아낸다.그리고는 야마가 고스케와 야마가 고스케의 야망을 부추긴 유명 사진 작가이자 심사위원장인 후루야에게 복수한다.마쓰모토 세이초가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이 소설을 썼는지는 모른다.읽는 이가 판단할 문제다.위의 두 관점 외에도 이 소설을 읽는 관점은 더 많을 것이다(이를테면 사건의 전모를 추적해가는 과정에 더 관심을 두고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위의 두 관점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압도적인 시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사실 앞서 기술한 첫 번째의 관점은 좀 수정해야 한다.보도의 사명과 인명 구조의 양심이라고 했지만,야마가 고스케는 보도의 사명도 생각지 않았고,인명 구조라는 것은 전혀 고민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래서 질문은 이게 더 맞다.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상황을 조작해도 좋은가?그리고 이 물음은 다시 바뀐다.예술을 위해서,혹은 진실을 위해서 조작해도 좋은가?소설에서 야마가 고스케는 분명 범죄를 저질렀고,그 대가가 겨우 사진 한 장이고,그의 명성,혹은 만족감이었지만,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괜찮은가두 번째의 관점도 수정해야 한다.분명 누마이 쇼헤이는 사적으로 복수했다.당연히 현대 법상으로 허락할 수 없는 행동이다.현대법에서는‘눈에는 눈,이에는 이’와 같은 함무라비 법전의 논리를 허용하지 않는다.그런데 왜 허용하지 않는가?당연히 안 된다고 하지만,왜 허용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변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법 논리에 해박하지 않으니 그렇겠지만,일반적인 감정의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이제는 모두가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사진을 찍는 행위는 그 피사체와는 구분되는 자신을 전제해야만 한다.자신을 객관화시켜 지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그러니 모두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사진기(정확히는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동영상을 찍으면서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막을 치게 되는 것이다.사람과 사람 사이,사람과 자연 사이,사람과 물체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것은 그런 사진 때문은 아닐까,그런 의심을 하게 된다.*미야베 미유키는‘소름이 돋을 만큼 현대적’이라고 했지만,주제 의식이 그렇다는 것이지 글쓰기의 방식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경우
보도와 인명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우선하겠는가?
한밤중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6중 추돌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트럭이 전복되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달아 추돌하며, 6명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는다. 마침 근방에서 야경을 찍으려 했던 아마추어 사진가 야마가는 이 현장을 카메라에 담게 되고 그 사진은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들어 낸 사진이라며 격찬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사고를 통해 약혼녀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사고와 야마가의 사진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야마가에게 접근하는데…….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사람이 죽어 가는 현장이라면? 사진을 먼저 찍어야 할까,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고민 없이 사람의 목숨부터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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