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삶을 먹다
먹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농업과 환경이 국가 정치와 문화의 주변부로 밀려나버린 이때, 그러니까 아무도 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이때에, 웬델 베리의 에세이 모음집 <온 삶을 먹다>를 맛있게 읽는다.
‘대지의 청지기 웬델 베리의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성찰이라는 말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들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지난 오륙십 년 동안, 우리는 돈이 있는 한 먹걸이를 얻게 되리라 쉽게 믿어 왔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우리를 먹여주는 땅과 일손을 계속해서 업신여긴다면, 먹거리의 공급은 줄어들 것이며, 우리는 이번 종이 경제(금융 위주의 경제를 뜻하는 개념)의 파탄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농기업들에게 수천억 달러를 주고도 먹거리를 조달하지 못할 것이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방송을 통해 보면서 우리는 쉽게 분노한다. 뉴스에 나올 정도의사기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알면서도 ‘그렇게 따지면 먹을 게 없잖아’ 하며 그냥 먹는 게 쿨하다고 여기는 것 아닐까?
이를테면 햄버거에들어간 쇠고기패티가 어떻게 양육되고, 살육되어, 요리되어 햄버거 패티가 되는지, 우리는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관심을 갖는 순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사회는 알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생산의 효율성만을 따지는 사회에서, 공장화된 농장과 공장화된 토지에서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먹거리가 과연 우리 몸에 좋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여건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테러를 비롯한 온갖 유형의 정치적 폭력, 화학물질의 오염, 자꾸 늘어가는 에너지 비용, 고갈된 흙과 지하수와 물줄기, 괴상한 잡초와 해충과 질병 때문에, 우리는 지역적 적응의 필요성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의 자연과 수용력과 필요를 묻는 예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역과 농장에 맞는 동식물 품종을 복원해야 한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동물을 대규모로 집중시키다 보면 병원체도 집중되고 그 때문에 항생제도 집중적으로 계속 쓰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 문제는 생태적인 차원을 넘어 일부 과학자들이 거론하는 진화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대규모 단일경작이 농약에 대한 내성을 키운 병균의 온상이 되는 것과 매한가지로, 동물공장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병원균의 온상이 된다.
동물공장에 갇혀 키우게 되는 동물들은 뭘 먹을까? 너른 초원에서 풀을 뜯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고, 대규모 단일경작 방식으로 길러진 곡물 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저렴한 걸 먹일테니, 아주 끔직하게 먼 곳에서 옮겨 온 것일 것이다.
그리하여 웬델 베리는 농업에 대한 4가지 접근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규모의 문제다.
산업농업처럼 규모를 키우려고만 할 때, 거기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비민주적이고도 비인간적인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농토의 크기도 농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농토가 너무 크면 효과적인 순환 방목을 하거나, 경작지 침식을 방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토를 작게 유지하는 것이다. 웬델은 이 부분에 대하여 <가족농을 옹호한다>라는 장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둘째는 ‘균형’의 문제다.
관리가 생산을 따라갈 수 있도록 사람과 땅 사이의 적절한 비율을 구하는 문제다. 이는 물론 위의 규모의 문제와도 연관이 된다. 이 두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는다면, 토양 침식이나 토양 압축 같은 문제도 풀릴 것이다. 더 나아가 각 농장과 농부는 식물과 동물 사이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춰야 한다. 식물과 동물이 균형을 이루어야 땅의 비옥함이 완벽한 순환을 유지하거나 완벽에 근접할 수 있다.
셋째는 ‘다양성’의 문제다.
자연과 상식과 실용성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와 종을 길러야 한다.
넷째는 ‘질’의 문제다.
좋은 먹거리에서 비롯되는 우리 인간들의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경제, 문화, 정신의 건강까지 모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결국 농업이 건실해야 하는 것.
결국 위 4가지 접근법을 고려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바로 가족농의 개념이다.
(가족농이란 한 가족이 농사짓기 충분할 정도로 작으며, 고용한 사람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그 가족이 ‘직접’ 농사짓는 농장을 뜻한다)
가족농은 곧 건실한 농업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인데, 그 이유는 ‘사람은 땅을 이용할 때 애정을 갖고서 대해야 하며, 그러자면 땅에 대한 친밀한 지식과 관심과 돌봄이 필요’ 한데, 가족농은 충분히 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세 대에 걸쳐 한 땅에서 농사를 지은 가족은 땅을 소유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범한 실수의 역사와 그 실수에 대한 교정책을 기억하기도 할 것이다. (중략) 이것이 땅을 오랜 세월에 걸쳐 소유하는 것의 가치다.
건실한 농부가 꾸려 가는 작은 농장은 건실한 장인이 꾸려 가는 작은 작업장과 마찬가지로 일을 질적으로 우수하고 품격 있게 만들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일하는 사람도 나라도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좋은 가족농이, 그러나 최근 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과 지도자를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다음의 세가지 가정을 토대로 하는 산업적 가치를 받아들인 데 있다.
첫째는 가격이 곧 가치라는 가정이다. 둘째는 모든 관계가 기계적이라는 가정이다. 이를테면 농장은 공장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셋째는 인간이 활동하는 충분하고 결정적인 동기는 경쟁성에 있다는 가정이다. 이를테면 지역공동체를 자원이나 시장처럼 다루어도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의 핵심에 이르게 된다. 산업경제는 그 바깥에 있는 모든 이상이나 기준과 결별해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산업적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받아들여 나타난 폐해는 비단 농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나라의 7, 80년대의 고도의 산업화 정책으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지금 우리는 그로 인한 엄청난 문화적, 정신적 곤궁을 겪고 있다는것 아닐까
지금 우리 시대는 모든 걸 숫자로 말하고, 효율로 측정하고, 돈이 되는지의 여부로 생각을 평가한다. 걸핏하면 어떤 것의 물질적 가치를 환산하여 스스로의 성과를 자축하며, 농업과 같은 건 일찌감치 사양 산업이라 칭하며 기피 대상으로 삼기 바빴다.
물론 농업은 생산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명백하고도 긴급한 요건이다. 단, 긴급하다 해도 최우선적인 요건은 아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하고 긴급한 요건이 두 가지 더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농업이 계속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땅을 보존하고 땅의 비옥함과 생태적 건강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땅을 건강하게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요건은 땅을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땅을 잘 알고, 땅을 잘 이용할 동기가 커야하고, 땅을 잘 이용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부 농업이 매우 이론적이었다면, 2부 농부는 실제로 모범적인 농업 살림을 하고 있는 농부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1부에서 언급한 이론이 실제화 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부 먹거리는 웬델 베리가 직접 쓴 소설 작품들에서 먹는 것과 관계된 부분을 보여주고 있어더 흥미롭다.
정리하자면 이 책 <온 삶을 먹다>는 농업과 땅에 대한 이론적 고찰로 시작해서, 농사와 먹거리라고 하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의 이상적인 생산과 소비에 대하여 그리고 있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두고두고 봐야할 책이다. 물론 웬델이 주장하듯이 우리 모두가 자급자족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런 제대로된 농업을 하고 있는 지역 농장의 농산품을 이용하여, 제대로 알고 먹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싶다.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적 에세이와 소설 속 장면이 어우러진 독특한 선집
미국의 시인과 소설가, 에세이스트, 문명비평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며 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저자 웬델 베리가 산업화와 과학의 거대한 위협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태도인 ‘살림’에 대해 성찰하였다. 총 3부로 구성하여, 제1부에서는 건실한 농업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는 성찰적 에세이를 실고, 2부에서는 아미시의 일곱 농장, 건실한 구식 농부 등 다양한 농부들을 탐방하고 쓴 각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 먼 땅, 제이버 크로우 등 건실한 먹거리를 따뜻하게 나누는 소설 장면과 먹는 즐거움을 논하는 에세이를 담아 1부와 2부에서 살펴본 이야기를 형상화 시켰다.
서문_웬델 베리, 이 시대의 예언자_마이클 폴란
1부 | 농사
살림을 되살리는 일
집중의 어리석음
농업 문제는 농업으로 풀자
가족농을 옹호한다
판단은 농장에 맡기자
농업과 에너지
보존주의자와 농본주의자
위생과 소농
척도로서의 자연
2부 | 농부
아미시의 일곱 농장
건실한 구식 농부
찰리 피셔
곤경을 이기는 재능
엘머 랍의 터전
흙과 건강 에 대하여
뿌리에서 시작되는 농업
3부 | 먹거리
작가 노트 Author’s Note
그 먼 땅 중에서
한나 쿨터 중에서
앤디 캐틀릿 중에서
〈비참〉 중에서
올드 잭의 기억 중에서
제이버 크로우 중에서
한나 쿨터 중에서
먹는 즐거움
옮긴이의 글_먹는 일을 정의롭게 하는 일
의적 검은별이 떴다!
의적 검은별이 떴다!이 책은 세도정치 시대, 나라 인심이 흉흉해지고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지면서홍경래의 난 등 여러 민란이 일어나고 의적이 출현했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의적을 다른 동화책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역사동화책에서도 마찬가지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의적"을 시대상과 맞물려 그려내어 아이들이 당시의 역사를좀더 말랑말랑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뒷부분에 수록된 "생각 깨우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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